빚 1억, 장사 접고 난 뒤 1년간의 생존기

“가게 문 닫고 나면 뭐 먹고 살아?”
“그렇게 많은 빚을 어떻게 감당해?”

폐업을 고민하거나 이미 경험한 분이라면 이런 말을 수십 번 들었을 겁니다. 저 역시도 3년간 운영하던 작은 음식점을 접으며, 1억 원이 넘는 빚과 싸워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막막했죠. 매출은 바닥이었고, 은행 이자 납입일은 그대로 찾아왔거든요.

이 글은 그로부터 정확히 1년, 제가 어떻게 생존했는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한 기록입니다. 제 생존기에 극적인 반전이나 해피엔딩은 없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작은 참고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폐업 직후 – 끝났다는 해방감 vs 현실의 초조함

2023년 3월, 결국 가게를 접었습니다. 하루하루 적자를 쌓으며 유지할 수도 없었고, 이미 개인 신용대출과 카드론까지 물려 있던 상황. 정리하고 나니 딱 1억 2천만 원의 채무가 남았습니다.

처음 며칠은 오히려 홀가분했습니다. “이제 새벽에 출근 안 해도 되네”라는 생각에 가볍기도 했죠.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무직자의 신분, 당장 낼 돈이 없는 상황이 실감났습니다.

생계비는 이미 바닥이었고, 부모님께 손 벌릴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생각한 건 ‘빚은 일단 멈추고, 생존부터 하자’였습니다.

 

 

1~3개월차-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들

1) 지출 구조 완전 해체

일단 고정지출을 뼛속까지 줄였습니다. 월세 보증금 돌려받은 300만 원으로 고시원으로 이사, 핸드폰 요금은 알뜰폰으로 변경,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 해지, 교통은 무조건 도보 또는 자전거.

2)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청

빚이 연체되기 직전, 신용회복위원회에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정확히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이용했고, 다행히 승인되었습니다.

1억 2천만 원 중 일부는 이자 감면, 일부는 장기 분할 조건으로 재조정되어 월 상환액이 약 47만 원으로 줄었고, 연체자 등록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조치 하나가 정말 컸습니다. 심리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4~6개월차- 수입 없는 시간을 버티는 법

1) 플랫폼 알바 + 당일지급 일용직

체력은 자신 있었기에 쿠팡플렉스, 배민커넥트, 공사현장 일용직을 병행했습니다. 수입은 들쭉날쭉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생계 유지는 가능했어요.

 

플랫폼	1일 수입(평균)	특징
쿠팡플렉스	40,000~70,000원	차량 필요, 당일지급
배민커넥트	30,000~60,000원	자전거 가능, 앱으로 간편
일용직 건설현장	80,000~100,000원	체력소모 큼, 점심제공

 

2) 국가 지원 제도 적극 활용

이 시기에 국민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 온라인 강의도 들었습니다. 수입은 없었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직업을 위한 준비도 조금씩 병행했어요.

또한 지역 복지센터에 방문해 기초생계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차상위 계층’ 등록을 했고, 공공근로나 생계지원 정보도 꾸준히 수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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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차 이후- 내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이 무렵부터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빚 갚는 게 전부가 아니라, 다시 살아갈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두 가지에 집중했습니다.

작은 수입이라도 내 힘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나는 여전히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다”는 감각을 되찾는 것. 이게 제게는 가장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7~12개월차- 드디어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습니다. 폐업 직후 그 숨막히던 3개월을 지나 6개월, 그리고 1년. 고시원에서 출발했던 제 생활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됐지만, 마음속에서 조금씩 자신감과 희망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1) 소소한 수입 구조 만들기

처음에는 하루 단위 생계 알바에 급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쓰기, 블로그 운영, 온라인 강의 수강 등으로 나만의 수입 구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비록 많지는 않지만 “빚을 갚기 위한 수단”이 아닌, “나 자신을 표현한 결과로 생긴 수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2) 일상 루틴 만들기

생활이 조금 안정되자, 시간표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다시 무기력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실제로 제가 지켰던 일상 루틴입니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감각이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하루를 그냥 보내지 않았다는 만족감’이 회복의 핵심이었습니다.

정신적 변화- 나는 실패자가 아니다

1년 전 폐업을 선언했을 땐, 스스로를 철저히 실패자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건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고시원에서도 글을 쓸 수 있었고, 블로그로 나를 알릴 수도 있었고, 아주 작은 돈이라도 정직하게 번다는 자존감이 생겼습니다.

채무조정 그 후- 달라진 삶의 리듬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채무조정은 단순히 ‘돈을 덜 내는 것’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매달 47만 원씩 갚아가며 저는 ‘갚을 수 있는 구조’를 몸에 익혔습니다.

1년간 지키며 깨달은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젠가는 이 채무도 모두 청산할 수 있을 거라 믿게 되었고, 그 믿음은 매달 갚아낸 47만 원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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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2025년 4월. 저는 지금 1인 크리에이터 겸 프리랜서 마케터로 전환 중입니다. 아직 수입은 작지만, ‘다시 사업을 한다면 이렇게 하겠다’는 기준과 철학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고 싶어서’ 무언가를 합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폐업 직후의 저와 지금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정리 하면 폐업도 인생의 한 장면일 뿐

“빚 1억, 폐업 후 1년”이라고 하면 다들 안타깝게 보지만, 저는 그 1년이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배운 시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혹시 지금 비슷한 상황이라면 꼭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요.

고통의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도, 그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저의 1년이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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